동의보감에서는 인간의 몸을 작은 우주로 보았습니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을 닮았다고 여겼죠. 하늘의 사계절처럼 우리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의 오행처럼 우리에게는 오장(간, 심, 비, 폐, 신)이 있다고 봤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 내경편의 첫 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선진인이 말했다. 천지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하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닮았고 팔이 네모난 것은 땅을 닮았다.
하늘의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의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하늘의 육극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육부가 있고 하늘의 8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8칸 줄이 있다.
하늘의 9개의 별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아홉 구멍이 있고 하늘의 12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12경맥이 있다.
하늘에 24절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24개의 혈자리가 있고 하늘의 365도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365개의 마디가 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고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도 잘 때와 깨어있을 때가 있다.
하늘의 천둥과 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 기쁨과 분노가 있고 하늘의 비와 이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눈물과 콧물이 있다.
하늘의 음양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한기와 열기가 있고 땅의 샘물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혈맥이 있다.
땅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듯 사람에게는 모발이 생겨나고 땅속에 쇠붙이와 돌이 묻혀 있듯이 사람에게는 치아가 있다.
자연의 기운을 잠시 빌려 태어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속의 기혈 순환은 마치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고갈되지 않는 이유는 산과 강이 서로 통하며 물이 땅속에서 순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의학의 혈액순환과 놀랍도록 비슷한 개념이죠.
나이에 따른 몸의 변화, 자연스러운 현상
고대 의서 『영추』에 따르면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몸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청년기(20-30대): 혈기가 왕성하고 근육이 충실해져 빨리 걷기를 좋아합니다. 30대에는 오장이 안정되고 경맥이 충만해져 활발한 활동을 선호하죠.
중년기(40-50대): 40대가 되면 오장육부가 균형을 이루지만 피부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머리카락에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앉아있기를 좋아하게 됩니다. 50대에는 간 기능이 약해져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노년기(60대 이후): 60대부터는 심장 기능이 약해져 감정 변화가 커지고, 70대에는 비장 기능이 약해져 피부가 건조해집니다. 80대에는 폐 기능 저하로 말실수가 잦아지고, 90대에는 신장 기능이 크게 약해집니다.
여성과 남성의 생리적 변화 주기
흥미롭게도 고대 의학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생리적 변화가 다른 주기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여성은 7년 주기: 7세에 치아와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해, 14세에 월경이 시작되고, 21세에 사랑니가 나며 성장이 완성됩니다. 35세부터 얼굴 윤기가 사라지기 시작해 49세경 폐경이 됩니다.
남성은 8년 주기: 8세에 치아와 머리카락이 자라고, 16세에 생식 능력이 생기며, 32세에 근골이 가장 튼튼해집니다. 40세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64세경부터 노화가 본격화됩니다.
이런 변화를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더 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장수하는 사람의 특징
고대 의학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형체와 기운의 조화'입니다. 몸의 형태(형체)와 생명력(기운)이 잘 맞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오래 사는 사람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피부와 근육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오래 사는 사람들은 피부가 튼튼하면서도 부드러운 특성을 보입니다. 너무 거칠지도, 너무 연약하지도 않은 적절한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이죠. 이는 몸 전체의 기운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마치 좋은 나무가 겉껍질은 단단하면서도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혈액순환과 경락의 상태도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혈기와 경락이 몸 전체를 잘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장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좋은 혈액순환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죠. 몸의 구석구석까지 영양분과 산소가 잘 공급되고,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맥박의 특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맥박도 빠르고, 느긋한 사람은 맥박도 느린데, 일반적으로 맥박이 느리고 안정적인 사람이 오래 산다고 봤습니다. 이는 심장에 부담이 적고, 전반적으로 몸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엔진을 너무 빨리 돌리면 쉽게 망가지는 것처럼, 인체도 적당한 속도로 운영될 때 더 오래 지속됩니다.
체형에 대한 관점도 흥미롭습니다. 고대 의학에서는 키가 큰 사람보다 작은 사람이,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더 오래 산다고 보았습니다. 키가 작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심장이 혈액을 온몸에 보내는 부담이 적고, 마른 사람은 몸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 습기로 인한 질병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수명이 더 길다는 결과와 맞닿아 있습니다.
피부색에 대한 해석도 독특합니다. 피부가 검은 사람은 신장 기능이 좋아서 오래 살고, 흰 사람은 폐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봤습니다. 또한 피부가 두꺼운 사람이 얇은 사람보다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 더 건강하다고 여겼죠. 이는 개인의 체질적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장단점을 파악해 건강 관리에 활용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았을까요? 고대 의서는 그 비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음식을 절제하고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했습니다. 몸을 지나치게 혹사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활동을 유지했죠. 또한 천지음양의 자연 변화에 따라 생활했습니다. 계절에 맞춰 생활 패턴을 조절하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했습니다.
반면 현대 사람들이 일찍 늙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대 의서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분별없는 행동을 일삼으며, 욕정으로 기운을 고갈시키고, 일시적 쾌락에만 힘쓴다”고 합니다. 이는 현대의 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과 매우 유사합니다.
몸을 수양하며 천명을 기다린다
고대 의학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을 유지하되, 과도하지 않게.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합니다. 또한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식사도 규칙적으로. 계절 변화에 맞춰 생활 패턴을 조절하세요.
고대 의학에서 말하는 “몸을 수양하며 천명을 기다린다”는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무리한 젊음 유지보다는 나이에 맞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장수의 비결일 것입니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대신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의미 있게 나이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이런 가르침들이 여러분의 건강한 중년과 노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