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보감에는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10가지 병 중 9가지는 담으로 인해 생긴다는 뜻이에요.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인가요? 우리가 앓는 대부분의 질병이 바로 이 '담음(痰飲)'이라는 노폐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담음은 무엇일까요?
담(痰)과 음(飲)의 차이점은 맑고 탁함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동의보감에서는 우리 몸속 노폐물을 담(痰)과 음(飲)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둘 다 원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진액(津液)이었지만, 어떤 이유로 변질되어 병의 원인이 된 것들이죠.
담(痰)은 열로 인해 걸쭉해진 노폐물을 말합니다. 담은 진액이 열을 받아서 뜨거워지면서 찐득찐득하고 걸쭉하게 변한 것을 말합니다. 마치 물이 끓어서 증발하면서 농축되는 것처럼, 우리 몸속 좋은 수분이 열 때문에 탁하고 끈적한 노폐물로 변해버린 거예요.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화염이 타올라서 병이 된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음(飲)은 순환하지 못해 뭉친 수분을 말합니다. 반면 음은 화염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물이 몸속에서 제대로 퍼지지 못해서 병이 된 것입니다. 담에 비해 맑고 묽은 형태를 띠지만, 역시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노폐물이에요. 마치 하수도가 막혀서 물이 고여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담음이 일으키는 다양한 증상들
담음은 우리 몸의 기혈 순환을 방해해서 정말 다양한 증상을 만들어냅니다.
소화기계: 속이 더부룩하고, 구역질이 나며, 식욕이 없어집니다.
호흡기계: 기침이 자주 나고, 가래가 끓으며, 숨이 답답합니다.
순환기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차가워집니다.
신경계: 어지럽고,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안 됩니다.
전신증상: 몸이 무겁고 피곤하며, 부종이 생깁니다.
이처럼 담음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만병의 근원인 것입니다.
동의보감의 근본 치료법 - 비장을 튼튼히 하라
그렇다면 이 담음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동의보감에서 제시하는 근본 치료법은 의외로 명확하고 단순합니다.
1. 비장(脾臟)을 튼튼하게 하기
동의보감에 따르면 "담은 비에서 생긴다"고 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장은 현대의학의 비장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소화흡수와 수분대사를 담당하는 장부입니다.
비장이 약해지면 습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담음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비장을 튼튼하게 해서 습기를 말려주는 것이 담음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2. 기(氣)를 고르게 조절하기
담은 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본래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이 위로 올라가면서 여러 증상을 만드는 것이죠. 따라서 기를 고르게 조절해서 담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
동의보감의 지혜를 현대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비장을 튼튼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가운 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고, 과식과 폭식을 피하며, 적당한 운동으로 소화 기능을 도와주세요. 기를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깊고 고른 호흡 연습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감정의 기복을 줄이도록 노력해보세요.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담음의 개념은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사 장애, 순환 장애, 염증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드는 여러 증상들과 유사한 면이 있죠. 중요한 것은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증상만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순환과 대사를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시고, 우리 몸속 좋은 기운이 잘 순환할 수 있도록 따뜻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실천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