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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감정의 상극으로 병을 치유한다"

by mandara1 2025. 9. 16.

해질녁 풍경


"병은 마음에서 온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몸의 변화만큼이나 마음의 변화도 크게 다가오죠. 과거에는 그저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겼던 감정의 기복들이 때로는 우리의 몸까지 아프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흥미로운 치유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감정의 상극을 이용한 병의 치유법'입니다. 얼핏 들으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오래된 원리입니다. 동양 의학의 고전인 동의보감 내경편에 의하면 오장육부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감정으로 생기는 병은 서로 다른 감정으로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장육부는 모두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 몸의 주요 장기인 오장(五臟)은 각각 특정 감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 성냄: 간은 '성냄'이라는 감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나치게 화를 내면 간의 기운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때, 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슬퍼하는 감정'을 이용합니다. 슬픔은 성냄을 누그러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장(心臟)과 기쁨: 심장은 '기쁨'을 주관하는 장기입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기쁨은 오히려 심장에 부담을 줍니다. 이때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과한 기쁨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비장(脾臟)과 사색: 비장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사색'과 관련이 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비장의 기운이 정체되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는 '성냄'을 통해 비장의 뭉친 기운을 풀어줍니다.

 

()와 근심: 폐는 '근심'이라는 감정에 취약합니다. 걱정이 지나치면 폐의 기운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쁨'을 불러일으켜 폐의 기운을 활성화시킵니다.

 

신장(腎臟)과 두려움: 신장은 '두려움'과 관련이 있습니다. 극심한 공포는 신장의 기능을 해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색'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상극의 원리는 오행(五行)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 관계에 기반합니다. 마치 자연의 이치처럼 우리의 감정도 서로 균형을 맞추며 작용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은 감정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치료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정이 단순히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병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지나친 성냄으로 간이 상했을 때: 슬퍼하게 하여 누르고, 두려워하게 하여 풀어줍니다.

지나친 기쁨으로 심장이 상했을 때: 두려워하게 하여 누르고, 화내게 하여 풀어줍니다.

지나친 사색으로 비장이 상했을 때: 화내게 하여 누르고, 좋아하게 하여 풀어줍니다.

지나친 근심으로 폐가 상했을 때: 좋아하게 하여 누르고, 화내게 하여 풀어줍니다.

지나친 두려움으로 신장이 상했을 때: 사색하게 하여 누르고, 걱정하게 하여 풀어줍니다.

 

이처럼 감정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뛰어난 의사의 능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의사가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환자의 마음을 읽고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의 균형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재치 있는 의사의 특별한 처방전

 

이 원리를 보여주는 두 가지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사례 1: 화병에 걸린 부인

 

항상 화를 내고 욕을 하며 음식을 거부하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여러 의사가 약을 썼지만 효과가 없었죠. 이때 한 훌륭한 의사가 나섰습니다. 그는 약이 아닌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기녀 둘을 광대처럼 분장시켜 부인 앞에서 익살스럽게 놀게 했습니다. 부인은 그 모습에 크게 웃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씨름을 시켰더니 또 크게 웃었습니다. 동시에 부인 옆에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두어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자랑하며 먹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시하던 부인이 점차 그 모습을 보고 음식을 한 번씩 맛보게 되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부인의 화가 줄어들었고, 식사량도 늘었습니다. 결국, 약을 쓰지 않고도 병이 나았고, 나중에는 건강한 아이까지 낳았다고 합니다. 이 의사는 부인의 근심(걱정)과 화(성냄)를 기쁨(웃음)'이라는 감정으로 치유한 것입니다.

 

사례 2: 상사병에 걸린 여자

 

결혼을 약속한 남편이 2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한 여자는 식음을 전폐하고 바보처럼 누워 지냈습니다. 다른 병은 없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쌓인 그리움과 슬픔이 기()를 뭉치게 하여 생긴 병이었습니다.

 

이때도 한 재치 있는 의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기쁨'을 통해 뭉친 기를 풀어주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성냄'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는 여자를 크게 화나게 하여 3시간가량 울게 했습니다. 화를 내고 실컷 울면서 뭉쳤던 기운이 풀리자, 여자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회복시키기 위해 의사는 나중에 "남편이 돌아온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기뻐하며 완치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사색(생각)이 지나쳐 비장의 기가 뭉쳐 식음을 전폐한 여자의 병을, 성냄()을 통해 뭉친 기를 흩어주고, 기쁨으로 병을 완전히 치유한 것입니다.

 

현대인의 마음 건강, 어떻게 지킬까?

 

지금까지 살펴본 옛 지혜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갱년기, 은퇴, 자식 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마음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병이 깊어졌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하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 담긴 깊은 지혜를 이제는 우리가 직접 실천해볼 때가 아닐까요?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건강하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